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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10.

    by. 미스 하모니

    목차

      유쾌한 거장 하이든

       

       

      1. 하이든, 유쾌한 거장으로 기억되는 이유

       

      ●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은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작곡가입니다.

      하지만 그를 단순히 형식을 정립한 고전주의의 거장으로만 기억하는 건 너무 아쉬운 일입니다.

      하이든은 놀랍게도 당대 누구보다 유쾌하고 장난기 많은 음악을 썼던 작곡가였어요.

      그의 작품을 제대로 듣다 보면 웃음이 새어 나오는 순간이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 클래식 음악 하면 무겁고 진지하다는 인식을 갖기 쉬운데, 하이든은 그 정반대의 매력을 지닌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습니다.

      하이든은 18세기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무려 104곡에 이르는 교향곡과 수많은 현악 4중주, 오라토리오, 미사곡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곡 활동을 했습니다.

      특히 그는 에스터하지 궁정에 고용되어 오랜 시간 동안 귀족들의 음악을 책임지는 역할을 했는데요, 바로 이 점이 그의 음악 세계에 큰 영향을 줍니다.

      궁정 생활 속에서 청중을 즐겁게 해야 했던 하이든은, 단순히 감동을 주는 음악이 아니라 **‘듣는 이에게 재미를 주는 음악’**을 추구했습니다.

       

       

      ● 그는 새로운 형식의 실험과 창의적인 반전, 의도적인 속임수, 그리고 리듬과 멜로디에서의 장난으로 청중을 미소 짓게 만들곤 했습니다.

      당시 귀족 청중들은 음악의 규칙과 구조에 익숙했기 때문에, 그 틀을 살짝 벗어나는 하이든의 유머를 곧잘 눈치챘고, 그것을 즐기기도 했죠.

      이렇게 하이든은 단순한 작곡가를 넘어 청중과 소통하는 이야기꾼이자 무대 위의 장난꾸러기 같은 존재였습니다.

      더불어, 하이든은 굉장히 성실하고 겸손한 인물이었어요.

       

       

      ● 그의 자필 편지나 제자들의 증언을 보면, 늘 유쾌하고 사려 깊은 성격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도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을 즐겼던 하이든은 음악에서도 그런 유쾌함을 고스란히 녹여냈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유머는 단순히 장난 수준을 넘어서, 듣는 이와 교감하려는 의도가 담긴, 매우 지적인 장치였던 셈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하이든의 유머가 그의 전 생애에 걸쳐 일관되게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만년까지 그는 꾸준히 청중과의 유쾌한 소통을 즐겼고, 음악을 통해 그것을 실현했습니다.

      그래서 하이든의 음악을 듣다 보면 그가 얼마나 인간적인 감성과 여유를 가진 인물이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 요즘처럼 클래식이 어렵고 고루하다고 느껴지는 시대에, 하이든의 음악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고전주의 음악의 형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그 안에서 자유롭게 놀고, 우리를 ‘의도적으로 놀라게 하고’, 웃게 만드는 그의 스타일은 지금 들어도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하이든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야기합니다.

      “하이든을 듣고 있으면, 클래식이 더 이상 어렵지 않아요.”

      그만큼 하이든은 고전음악의 문턱을 낮추는 작곡가, 그리고 음악 속 유머를 누구보다 탁월하게 활용한 진짜 유쾌한 거장이었습니다.

       

       

      ● 이 글에서는 앞으로 그의 유머 코드가 어떻게 음악 속에 녹아들어 있는지, 어떤 곡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지, 또 동시대 작곡가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그 개성을 유지했는지를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2. 하이든 음악의 ‘유머 코드’란?

       

       

      ● “클래식 음악에도 웃음이 있다고?”
      하이든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입니다.

      클래식하면 대부분 장엄하고 감정적인 음악을 떠올리기 마련인데요, 하이든은 그런 전형적인 인식을 통쾌하게 비틀었던 인물입니다.

       

      ● 그렇다면 도대체 그의 음악 속에 숨겨진 ‘유머’란 무엇일까요?

      하이든의 유머는 말장난처럼 명확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방식은 아닙니다.

      대신, 그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흐름, 갑작스러운 정적, 의도적인 반복, 타이밍을 비트는 전조나 리듬의 장난 등을 통해 청중에게 ‘의외성’이라는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 마치 관객과 숨바꼭질을 하듯, 예상되는 구조를 교묘하게 비트는 방식으로 웃음을 유도했던 거죠.

      예를 들어, 하이든의 대표작인 <놀람 교향곡>(Symphony No. 94) 2악장을 떠올려보세요.

      잔잔하고 평온한 선율이 흐르다가, 갑자기 모든 관악기와 타악기가 꽝! 하고 등장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당시 청중을 잠에서 깨우기 위한 장난이라는 설로 유명하죠.

      물론 하이든 자신은 “그저 청중에게 집중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지만, 이런 과장된 표현 방식은 명백히 그의 유머 감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 또한 그는 종종 **음악적 ‘페이크 엔딩’**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어떤 작품에서는 음악이 완전히 끝난 듯 여운을 남기며 조용히 멈췄다가, 갑자기 다시 시작되기도 하죠.

      이런 기법은 오늘날 코미디에서 자주 쓰이는 ‘반전 웃음’과 비슷한 효과를 주며, 청중에게 “이게 끝인 줄 알았지?” 하는 장난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 이 외에도 하이든은 단순한 멜로디를 집요하게 반복해 청중이 지루함을 느낄 만한 타이밍에 확 바꿔버리는 구성, 변칙적인 악센트와 리듬으로 만들어낸 어색한 리듬감 등을 통해, 작곡가로서의 기교를 유쾌하게 드러냈습니다.

      특히 현악 4중주에서는 이러한 장난이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개구리’, ‘종달새’, ‘불협화’ 등 별명이 붙은 작품들은 모두 그의 유머 코드가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예시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하이든의 유머는 단지 기교적 장난이 아니라 당시 청중들과의 소통 방식이었다는 점이에요.

       

      ● 하이든이 활동하던 시대는 음악회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하던 시기였고, 많은 연주가 여전히 귀족 궁정이나 살롱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장소에서는 청중이 음악의 구조에 어느 정도 익숙했고, 형식을 이해할 줄 알았기 때문에, 하이든의 반전과 변주를 더 잘 ‘캐치’하고 즐길 수 있었던 거죠.

      오늘날 청중이 하이든의 유머를 놓치기 쉬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구조를 알고 들어야 웃음이 보이는데, 현대인은 교향곡이나 소나타의 전형적인 형식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이든 음악의 진짜 재미는 **자세히 듣고 나서야 터지는 ‘지연된 웃음’**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의문이 하나 더 생기죠.
      왜 하이든은 이렇게 유쾌한 장난을 음악에 담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의 삶과 성격, 그리고 시대적 맥락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 하이든은 평생을 궁정과 귀족 사회에서 지냈고, 늘 청중의 반응을 염두에 두고 작곡했습니다.

      그는 예술가이자 연예인이었고, 교육자이자 실험가였으며, 무엇보다도 ‘사람을 웃게 만드는 음악’이 주는 기쁨을 잘 알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하이든의 유머는 단지 웃음을 유도하는 장치가 아니라, 그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자 청중과 교감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하이든은 말합니다.
      “내가 즐겁게 작곡하면, 듣는 사람도 즐겁게 느낀다.”
      이 짧은 말속에 하이든 음악의 유쾌한 본질이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 대표 작품으로 본 하이든의 유머 감각

       

       

      하이든의 유머는 단순한 장난이 아닌, 정교하게 계산된 작곡 기법으로 완성됩니다.

      그의 유쾌함을 가장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음악을 직접 듣는 것이죠.

      이 장에서는 하이든의 대표작들을 통해 그가 얼마나 영리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청중을 놀라게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놀람 교향곡 (Symphony No. 94 “Surprise”)

       

      하이든의 유머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입니다.

      이 곡의 2악장은 매우 단순하고 잔잔한 멜로디로 시작합니다.

      마치 자장가처럼 부드럽고 반복적인 선율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관현악 전체가 ‘꽝!’ 하고 터지는 순간이 등장합니다.

      너무나 갑작스럽고 강렬한 소리에 당시 청중들은 실제로 놀라 깨어났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그렇다면 하이든은 왜 이런 장치를 넣었을까요?
      그는 영국에서 이 곡을 초연하면서 “조용히 조는 사람들을 깨우고 싶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물론 그 말조차도 장난스러웠을 가능성이 크죠.
      중요한 건 하이든이 이 음악을 통해 청중과 ‘즉각적인 반응’을 주고받고 싶어 했다는 점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관객의 웃음 포인트를 노린 무대 연출이나 코미디 타이밍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2) 농민 교향곡 (Symphony No. 104)

       

      하이든의 마지막 교향곡으로도 알려진 104번 교향곡은 때로 ‘런던 교향곡’, 혹은 ‘농민 교향곡’이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이 작품의 4악장에서는 하이든 특유의 유머와 민속적인 요소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단순하고 활기찬 멜로디는 당시 오스트리아 민요에서 착안한 것으로, 실제로 농민들의 춤곡을 연상케 하죠.

      하이든은 이 곡에서 단순한 선율을 점점 변화시키고, 악기 배치를 재치 있게 활용해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그 과정에서 리듬의 장난이나 갑작스러운 다이내믹 변화, 예기치 않은 종결부 등이 등장하며 청중을 웃게 만듭니다.

      이처럼 민중적인 유쾌함과 고전적 구성미를 동시에 갖춘 작품은 고전주의 시대에서도 매우 독창적인 시도였습니다.

       

      3) 현악 4중주 ‘종달새’ (Op. 64 No. 5 “The Lark”)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작품군은 그의 유머 감각이 가장 섬세하게 구현된 장르입니다.

      ‘종달새’라는 별명을 가진 이 곡은 1악장에서 바이올린의 선율이 종달새가 하늘을 나는 듯한 이미지를 그려내며 시작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곡이 아닙니다.

      하이든은 중간중간 긴장을 조성하는 코드, 예상과 다른 프레이징을 삽입해 ‘정갈함 속 위트’를 더합니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청중이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전개되며, 형식적인 안정감을 교묘히 깨트리기도 합니다.

      이런 장치들이 하이든의 음악적 유머의 본질, 즉 형식을 존중하면서도 그것을 뒤집는 능력을 잘 보여줍니다.

       

      4) 현악 4중주 ‘개구리’ (Op. 50 No. 6 “The Frog”)

       

      이 작품의 별명은 4악장에서 반복되는 독특한 음색과 리듬에서 비롯됐습니다.

      낮은 음역의 현악기들이 개구리처럼 ‘깡총깡총’ 뛰는 듯한 음형을 반복하며 청중의 웃음을 자아냅니다.

      하이든은 여기서 리코셰 주법(활을 튕기듯 연주하는 기법)을 적극 활용했는데, 당시로서는 매우 실험적인 시도였고, 관객의 귀에 매우 기이하면서도 유쾌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곡은 연주자에게도 도전이 되는 작품입니다.

      단순한 유머를 표현하면서도 정확한 타이밍과 리듬 제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주자에게도 ‘웃음을 만들기 위한 진지한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하이든의 유머는 단순한 개그가 아니라, ‘고도로 정교한 연출’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하이든의 대표 작품들을 살펴보면, 그의 유머가 결코 즉흥적이거나 가벼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치밀한 계산 속에 위트를 녹여냈고, 청중의 반응을 끌어내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작곡가였습니다.

      이 모든 장난기 속에는 ‘정확한 형식 감각과 세련된 창의성’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하이든 음악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4. 하이든과 동시대 작곡가들과의 연결

       

      음악사 속에서 그의 위트는 어떻게 특별했는가

       

      하이든은 18세기 후반 유럽 음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교향곡의 아버지’, ‘현악 4중주의 창시자’로 불립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고립된 천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모차르트, 베토벤, 글루크 같은 당대 작곡가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입체적인 관계망 속에서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1) 모차르트와의 ‘음악적 형제애’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관계는 음악사에서 가장 따뜻한 동료애로 기억됩니다.
      두 사람은 나이 차이가 24세였지만, 음악을 통해 깊이 연결돼 있었습니다.

      현악 4중주 분야에서 그들의 상호 영향은 결정적이었습니다.

      하이든은 오랫동안 궁정악단에서 활동하며 독립적인 양식을 개발했고, 모차르트는 젊은 시절 하이든의 4중주를 연구하며 ‘하이든에게 바치는 6개의 현악 4중주’를 작곡합니다.

      이 곡들에는 하이든의 구조적 안정성과 모차르트의 감성적 표현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죠.

      하이든은 이 곡들을 듣고 감동해 모차르트의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당신의 아들이 신이 내린 가장 위대한 작곡가라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이 고백은 단순한 찬사 그 이상으로, 두 사람 사이의 예술적 존중과 동시대적 협력관계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둘의 차이점도 분명합니다.

      모차르트의 유머는 감정과 표현 중심의 ‘재치’에 가깝다면, 하이든의 유머는 형식에 대한 이해에서 나오는 ‘구조적 반전’이 중심입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웃음을 유도했지만, 그 차이 자체가 고전주의 음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죠.

       

      2) 베토벤에게 영향을 준 ‘선생님 하이든’

       

      하이든은 젊은 베토벤의 스승이었습니다.

      빈에서 만난 둘은 음악적으로 매우 다른 성향을 가졌지만, 그 차이가 오히려 창조적인 긴장감을 만들었습니다.

      베토벤은 하이든의 체계적인 작곡법을 배우면서도, 감정적 에너지와 파격적인 구성을 더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초창기 베토벤의 피아노 삼중주나 초기 교향곡에는 분명 하이든의 영향이 드러납니다.

      형식의 유연한 확장이나 동기 발전 기법은 하이든에게서 전수받은 중요한 기술이었죠.

      재미있는 점은, 베토벤이 후에 하이든의 유머를 다소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하이든의 유머가 구조의 교묘한 전복이라면, 베토벤은 그것을 극적인 긴장과 해소로 확장시키며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이후 낭만주의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됩니다.

       

      3) 글루크, 음악극의 개혁과 하이든의 실용성

       

      동시대의 또 다른 중요한 작곡가,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는 오페라 개혁가로 유명합니다.

      그는 복잡하고 화려한 바로크 오페라의 양식을 버리고, 극적 진실성과 감정 전달에 집중한 개혁 오페라를 창조했습니다.

      하이든은 오페라 작곡가로서 글루크만큼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음악이 단지 장식적인 것이 아니라 청중의 몰입과 반응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고, 오페라뿐 아니라 교향곡과 실내악에서도 이를 실현해 냈습니다.

      하이든의 유머는 이런 점에서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했던 글루크의 개혁적 태도와 닮아있습니다.

       

      4) 고전주의 안에서 하이든만의 독창성

       

      하이든이 당대 작곡가들과 연결되면서도 독보적인 이유는, 그 누구보다 형식에 충실하면서도 그 형식을 유희의 대상으로 만들 수 있었던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모차르트가 감성적 아름다움을, 베토벤이 강렬한 혁신을, 글루크가 극적인 진정성을 추구했다면, 하이든은 그 모든 것을 아우르되 항상 ‘한 발짝 물러나 웃는’ 시선을 유지했습니다.
      그는 청중이 예상을 통해 음악을 즐긴다는 점을 일찍이 꿰뚫었고,
      **‘틀 안에서 노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작곡가였습니다.

       

      하이든은 시대의 중심에서 음악가들과 소통하고 경쟁하며, 동시에 자신만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의 유머는 단지 독특한 개성이 아니라, 시대와 대화하며 만들어낸 음악적 언어였던 것입니다.

       

      5. 하이든 음악에 대한 당시 청중의 반응

       

      – 귀족부터 대중까지, 웃음과 박수로 화답한 유쾌한 음악

       

      하이든의 음악은 지금으로 치면 ‘클래식계의 입소문 스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처럼 음반이나 유튜브가 없던 시절, 오직 입소문과 현장 공연만으로도 그의 음악은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청중들은 그의 작품에서 색다른 재미와 신선한 유머를 발견하며 열광했습니다.

      특히 **단순한 아름다움 그 이상의 ‘놀람’, ‘웃음’, ‘기대감’**이 하이든 음악에 대한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 유쾌한 장난에 관객이 ‘빵!’ 터졌던 무대

       

      하이든의 교향곡과 현악 4중주는 당시 궁정이나 살롱, 콘서트홀에서 자주 연주됐는데, 그의 작품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과 유머 장치들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향곡 94번 '놀람'**이 초연되던 날, 조용한 선율 속에 갑자기 터져 나오는 소리에 객석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거나 놀라 웃는 관객들이 많았다고 전해집니다.

      그 장면은 당시 언론과 일기, 편지 등을 통해 입소문처럼 퍼졌고, 곡 자체도 일종의 ‘화제작’이 되었습니다.

       

      2) 영국 순회공연에서의 폭발적인 인기

       

      하이든은 말년에 영국으로 건너가 직접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고 지휘했습니다.

      이 시기의 청중 반응은 특히 강렬하고 감정적이었죠.
      런던 공연에서 하이든은 여러 번 앙코르 요청을 받았고, 관객들은 그가 무대에 나타나기만 해도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하이든이 지휘봉을 들기 전부터 관객은 이미 웃고 있었다”
      라는 말이 남아 있을 정도로, 그의 존재 자체가 유쾌함과 기대감을 상징했습니다.

      이런 반응은 단지 음악이 ‘즐겁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하이든의 음악은 단순하면서도 정교하고, 예상을 어긋나게 하면서도 만족스럽게 풀려나가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당대 청중들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즐겼습니다.

      즉, 하이든은 귀를 훈련시킨 청중의 기대 심리를 정확히 겨냥한 작곡가였던 셈이죠.

       

      3) 귀족과 중산층 모두를 사로잡은 음악

       

      하이든은 궁정악단에서 오랜 시간 활동했기 때문에 귀족들과의 접점이 많았지만, 동시에 그의 음악은 시민계층의 취향과 호기심도 정확히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만든 선율은 고상하고 교양 있는 듯하면서도, 민속적인 리듬이나 단순한 멜로디가 많아 당시 중산층 청중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갔습니다.

      특히 농민의 춤곡이나 지역 민요를 인용한 곡들은 대중적 인기를 얻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청중이 음악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고, 그 기대를 일부러 비틀거나 연기하거나, 혹은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음악적 유희’의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4) 하이든의 유머를 이해한 청중,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

       

      모든 청중이 하이든의 유머를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닙니다.

      당시 일부 귀족이나 보수적인 청중들 중에는
      “왜 이렇게 형식을 흔들고 장난을 치는가?”
      라며 그의 음악을 가볍게 여긴 이들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대체로 하이든은 그런 의견마저도 음악 안에서 위트 있게 다루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현악 4중주 Op. 33 시리즈는 심지어 표지에 “새로운 방식으로 쓰인”이라는 문구가 있었을 정도로, 하이든은 스스로 형식적 유희를 전면에 내세우며 청중의 해석을 유도했죠.

      청중은 그가 주는 ‘힌트’를 읽어내려는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고, 그 안에서 웃음과 감탄을 찾아냈습니다.

      마치 오늘날 넷플릭스 드라마의 ‘복선’이나 ‘떡밥’을 찾아내듯, 하이든 음악은 그 시대에도 **‘해석하고 싶은 음악’**으로 인식되었던 것입니다.

       

      하이든의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 단순한 감상이 아닌, 참여와 반응을 요구하는 일종의 ‘음악적 놀이’였습니다.
      당시 청중은 이 놀이에 기꺼이 동참했고, 그로 인해 하이든은 단순한 궁정 음악가를 넘어 유럽 전역을 사로잡은 스타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6. 우리가 하이든의 유머를 놓치는 이유와, 그 음악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 알면 들리는 하이든의 장난, 이렇게 들으면 다릅니다

       

      하이든은 분명히 유머 넘치는 작곡가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클래식 공연장에서 하이든의 곡을 듣고 빵 터지는 관객은 많지 않습니다.
      그의 음악이 지금도 여전히 연주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그 위트를 잘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 음악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하이든이 누구와, 어떤 시대에, 어떤 장난을 쳤는지 알면, 그의 유머는 다시 웃음이 됩니다.’

       

      1) 왜 우리는 하이든의 유머를 잘 느끼지 못할까?

       

      가장 큰 이유는 ‘청중의 기대치’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하이든은 그 시대의 청중들이 익숙했던 음악 문법을 살짝 비틀거나 엉뚱하게 꼬는 방식으로 웃음을 유도했는데,
      오늘날의 청중은 그 ‘기본 문법’ 자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난 것도 눈치채기 어렵죠.

      예를 들어,

      • 느려야 할 아다지오에 갑자기 경쾌한 음을 섞거나
      • 클라이맥스에서 예상과 다르게 소리를 빼거나
      • 박자를 살짝 어긋나게 해 관객의 긴장을 유도하는 방식은
        고전 양식을 알고 있어야 ‘비틀기’로 인식되는 유머입니다.

      오늘날처럼 음악을 배경음처럼 듣는 환경에서는 이런 구조적 유머는 그냥 ‘조용한 클래식 음악’으로만 들릴 수 있죠.

      또한 하이든의 유머는 말장난이나 슬랩스틱 같은 직관적인 코미디가 아니라, 추리소설처럼 단서를 따라가며 맞추는 수수께끼형 유머에 가깝기 때문에, 마음을 열고 집중해서 들어야 비로소 재미가 드러납니다.

       

      2) 하이든 음악, 이렇게 들으면 ‘들립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들어야 하이든의 장난이 들릴까요?
      막연히 ‘어렵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아래 팁 몇 가지를 실천해 보세요.

      하이든 음악이 훨씬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2-1. 처음엔 ‘놀람 교향곡’이나 ‘시계 교향곡’처럼 별명이 있는 곡부터

       

      하이든 교향곡 중에는 유머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교향곡 94번 ‘놀람’: 조용한 멜로디 중 갑자기 나오는 ‘쾅!’ 소리에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작품

      교향곡 101번 ‘시계’: 틱틱거리는 리듬이 시계처럼 느껴지는 귀여운 곡
      이런 곡들은 초보자도 ‘이건 뭔가 장난이다’ 하고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명확하니 입문용으로 딱 좋아요.

       

      2-2. 반복되는 부분을 유심히 들어보기

       

      하이든은 반복되는 주제나 리듬을 살짝씩 변형하며 웃음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4마디짜리 주제가 세 번 나올 것 같다가, 네 번째엔 엉뚱한 화음으로 빠진다든가,
      긴장감을 주다 말고 갑자기 ‘뚝’ 끊어지듯 멈춘다든가 하는 식이죠.
      “아, 지금 웃기려는 거구나!” 하는 걸 미리 알고 들으면, 그 변화가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2-3. 해설이 있는 감상 콘텐츠 활용하기

       

      요즘은 유튜브나 팟캐스트, 클래식 해설 채널 등에서 하이든의 작품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콘텐츠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디서 웃음 포인트가 나오는지’를 곡의 악보와 함께 짚어주는 영상을 보면, 하이든의 음악이 훨씬 재미있게 들리게 됩니다.
      재즈나 영화 음악을 즐기듯, 스토리와 맥락을 알고 들으면 그 안의 유머가 더욱 와닿죠.

       

      2-4. 연주자의 해석이 중요한 이유

       

      하이든 음악의 유머는 연주자에게도 해석의 여지가 많습니다.
      같은 곡도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유머의 강도와 타이밍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연주자들의 버전을 비교해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현대 악기보다는 피리오드 악기(고악기) 연주에서 하이든의 유머가 더 생생하게 살아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2-5. 너무 ‘엄숙하게’ 듣지 말기

       

      하이든 음악은 원래 청중이 웃고 반응하고, 심지어 중간에 소리를 내도 괜찮은 분위기에서 연주되던 음악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조용히 박수도 못 치는 콘서트홀에서 듣는 방식은 오히려 그 시대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죠.

      집에서, 산책하면서, 혹은 친구와 커피 마시며 같이 듣는 등 일상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하이든을 접하면, 오히려 그 유머가 더 잘 들릴 수 있습니다.

       

      하이든의 음악은 이해해야만 재미있는, 아주 지적인 장난입니다.
      지금은 그것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번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그 안에는 위트, 아이디어, 따뜻함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 웃음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이든이 ‘웃음 짓게 하려는 의도’를 알고 들을 때, 그의 음악은 비로소 다시 살아납니다.

       

      3) 하이든의 음악은 지금도 우리를 웃게 할 수 있다

       

      하이든의 음악은 그저 고전시대의 유산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지금도 유효한 유머, 재치, 따뜻함,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적인 교감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클래식 음악을 종종 어렵고 멀게 느끼지만, 하이든의 음악은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그는 오랜 세월 악기와 관객 사이를 오가며, 사람들이 언제 놀라고 언제 웃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유쾌한 감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분명히 들립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진지하게 음악을 대하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이든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가끔은 음악도 장난이 될 수 있어요. 놀라고, 웃고, 반응해도 괜찮아요.”

      이 글을 다 읽은 지금, 하이든의 음악을 한 곡만 들어보세요.
      어디서 웃음이 숨어 있는지 찾는 마음으로, 혹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가볍게 듣는 마음으로.
      그 순간, 하이든이 숨겨놓은 재치와 따뜻함이 분명히 느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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